[불교경전입문] 56. 물에 비친 얼굴처럼 (正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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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불타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말라(末羅)족의 영내를 여행하다 어떤 바라문의 마을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사캬(釋迦)족 출신의 사문 고타마(瞿曇)가 많은 비구들을 이끌고 마을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구동성으로 떠들었다.
“저 사이비 사문들에게는 물도 주지 말자.”
그리고는 지푸라기며 왕겨 등을 가져다 우물 가장자리까지 가득 채웠다.
이윽고 불타와 비구들 일행이 마을에 도착했다. 불타는 길에서 벗어난 한 그루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시종 아난다에게 일렀다.
“아난다야,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지 않겠느냐.”
아난다가 난처한 표정으로 불타에게 여쭈었다.
“대덕이시여, 우물은 마을 사람들이 집어넣은 지푸라기와 왕겨로 차 있어 물을 길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사이비 사문들에겐 물도 못주겠다.’고 그렇게 했다 합니다.”
그러나 불타는 재차 아난다에게 물을 길어 오도록 명했다. 아난다는 곤란했지만 불타가 내린 명령이라 하는 수가 없었다.
“그러면 다시 다녀오겠습니다.”
다시 발우(鉢盂)를 들고 우물로 갔다. 그런데 우물에 도착한 아난다는 깜짝 놀랐다. 그 사이에 우물에서 솟아나는 물이 왕겨며 지푸라기를 모두 떠내려 보내 우물은 맑은 물로 넘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난다가 기뻐 소리쳤다.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조금 전만 해도 지푸라기와 왕겨로 뒤덮여 있었는데 불타께서 물을 길어 오라고 명하시니 우물은 맑은 물로 넘치게 되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윽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아난다가 맑은 물을 불타에게 바치며 자초지종을 아뢰자 불타는 이런 게송을 설했다.
물이 만일 항상 넘친다면,
우물 때문에 다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욕심이 없다면,
아무도 다툼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것은 물에 비유한 불타의 욕망에 대한 견해이다. 그가 설한 것은 무조건 욕망을 끊으라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일으키는 삶의 현실을 정확히 살펴 올바른 삶을 영위하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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